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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행복한 밥상. 마이클 폴란 저/조윤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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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른세상. 예스24>. 2009년 출간

 

폐경이 된 후 여성의 신체는 위축을 동반한 노화성 변화가 진행된다. 전신적으로 작용을 하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더 이상 난소에서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여성의 신체 여러군데에 작용이 멈추게 되고 수분이 부족한 나무가 바짝 마르는 것처럼 여성의 몸도 유사한 처지에 놓인다고 볼 수 있겠다.

위(胃)의 소화기능이 떨어졌을 때 소화제를 먹어서 도움을 받는다면, 여성호르몬제재를 복용하면 폐경기 이후의 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지연시키거나. 당연히 누군가는 했을 법한 생각이다. 실제로, 요즘처럼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을 수 십 년 전에 이미 호르몬 치료는 젊음의 묘약으로 포장되어 수많은 여성들에게 처방되어 왔었다.

그러다, 2002년 미국의 WHI 와 2003년 영국의 ‘백만 여성연구’에서 호르몬제가 유방암과 심근경색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한바탕 큰 혼란이 일어났고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제 투약을 중지했다.

시청률을 의식해 온갖 자극적인 문구로 폐경기호르몬치료의 위험성을 떠들어대던 언론의 힘은 정말로 막강했다.

지금까지도 호르몬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표현하는 여성들이 많다. 날마다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로 죽고 다치는 걸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차를 몰고 또 타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좀 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편향적인 오버액션으로 보이기도 한다.

<출처 : unsplash.com/@chrisyangchrisfilm>

 

모든 치료약은 동물실험과 임상적용 사례를 포함해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출시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출시가 허락된 이후에도 사후 조사를 해 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하여 시장에서 퇴출되는 약들이 줄을 잇는다.

인체 내에서 벌어지는 무한의 생리 화학 작용들에 대한 약물의 영향을 모두 예측하고 평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도시내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삶을 유지해 나가는 상황에서 한 두 가정의 운영방식만 가지고 도시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정책을 펼수는 없다. 도시민들의 삶이 너무 복잡하고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몸 속의 유기적인 기능체계는 아마도 한 도시의 체계보다도 훨씬 더 복잡 미묘할 것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출시되는 신약들은 대개 탑클래스 의사들의 논문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고, 국내의 경우에도 메이저대학의 교수들과 소위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지방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약품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 때문인지 신약과 관련된 스캔들은 끊이지 않는다. 제약회사들이 그 약품에 호의적인 논문만을 취사선택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들은 외면하거나 감추고, 때로는 연구지원 명목으로 제품에 유리한 결론을 유도하는 사례까지 있다.

<출처 ; unsplash.com/@ts_imagery> Trent Szmolnik

 

여러 불미스런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어떤 약물에 대해 그나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는 신뢰도와 지명도가 높은 학회지에 실리는 논문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학회지에 실리는 이러한 논문들의 결론이 서로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모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반박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반응했다고 한다.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거기까지 알고 싶어 하지 않네.”

폐경기 호르몬 치료에 대한 논란은 특히나 임상연구결과들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처방하는 의사들조차도 마음 편히 처방하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오염된 먹거리에 대한 보고서에 가깝다. 약물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것들이 영양학식품산업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음식이 아닌 음식 같은 물질 로 대체되어 가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가공이 덜 된 음식을 먹고, 과식하지 말고, 주로 채식을 하라.’

이 책의 주제일 듯싶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논문들이 수없이 많듯이, 이 책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무식하면서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은 ‘정보과잉’의 시대, 어떤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되, 정말 난해한 문제이다.

제발 제대로 공부해서 알게 된 지식이 아니면, 섵불리 아는 체 말기를...

행복한 밥상이란 주제로 나온 책들만 해도 그 수가 굉장히 많다. 그만큼 우리의 먹거리는 우리몸을 이루는 영양요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요즘에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 없을 지경으로 우리 사는 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 부디 후손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 줄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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