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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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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생각의 길. 예스24>. 2013년

 

유시민은 현재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 장관이자 본인의 이름으로 여러권의 책을 낸 작가이다.

최근엔 알릴레오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현 정권의 편을 열심히 들어주고 있다. 유시민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건 꽤나 오래전(아마도 30여년 전 쯤?)이었다. 삐적 마른 얼굴에 신경질이 가득 찬 듯한 인상이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월간 잡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린 사진에서도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성토하는 모습이었고 그의 일성을 담은 글도 꽤나 사나웠었다.

인상적이었던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 당시에 나는 유시민이란 사람을 재야에 있는 정치지망생 정도로 알고 지나갔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는 자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권때 대통령에게 요청하여 장관직에 임명되고, 복지부 장관으로써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 유시민이 관철시켜 만들어 놓은 중증질환자와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는 당시에는 논란과 구설수로 정쟁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칭찬할 만한 업적이라 개인적으로는 여기고 있다.

유시민은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한 최초이자 아마도 마지막인 사람이 될 것이다.

국회를 모욕했다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마치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서 잠옷을 입고 간 것과 같은 짓이었지만, 그 당시에 그는 그것을 근엄한 채 하면서 온갖 못된 짓은 다 골라서 하는 국회에 대한 비아냥 정도의 퍼포먼스로 여겼을 법 하다. 국회의원들이 발로 뛰면서 국민을 위하여 일해야지, 목줄 차고 근엄한 척 앉아서 정쟁만 일삼아서야 되겠냐는...

하여간, 그의 파격적인 행보와 함께 트레이드마크인 입심 덕에 지금도 셀럽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많은 팬들도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출처 : unsplash.com/@royaannmiller>

 

과거를 돌아보면 늘상 정치인들은  더 이상 정치 안한다는 말을 뒤집고 정치판에 뛰어 들었었다. 노처녀가 시집 안가겠다는 말처럼, 정치인들이 더 이상 정치 안한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차례 더 이상의 정치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유시민의 말에 늘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의 정치색은 그럭저럭 동일한 듯 보이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세인들의 평가 잣대로 보건데 실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있어 보인다.

여러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그의 논리정연한 입담은 그가 한국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잡게 해 주었고,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경제학 석사 타이틀이 있긴 하지만, 가상화폐로 한국이 들썩일때 찬물을 끼얹는데 일조를 했었다. 그가 가상화폐에 대해 혹은 블록체인에 대해 기술적으로 얼마나 알고서 그런 전문적인 것 처럼 보이는 식견을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패널들의 주장을 일거에 묵살하고 내 뱉는 확신에 찬 가상화폐 쓰레기론으로 집권여당에게 큰 힘을 실어준 그의 입담파워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뛰어난 입담 덕에 유튜브 채널도 인기중에 운영중이고, 인터넷 실시간 뉴스에도 수시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열등감은 삶의 기쁨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중에서도 단연 고약한 것이라는 그의 생각대로, 그가 뱉는 모든 말들은 자신감에 차 있는 듯 보이고 우월의식이 언뜻 언뜻 내 비치는 것 같다.

 

<출처 : unsplash.com/@markusspiske>

 

세상에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너무도 많다며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것은 포기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일인자들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는 자신도 적당한 나무를 골라 제일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고 했다. 그 나무가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가 아니면 어떠냐면서...

그는 책 속에서도 오지랇 넓게 전방위적으로 인문학적 사견을 펼쳐나간다.

많은 독서와 사회경험으로 다져진 내공이 제법 그럴싸한 자신만의 철학세계를 구축한 듯도 보이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에서는 약간 취약해 보이기도 한다.

마치 한편의 수필을 써 나가듯 생각의 흐름을 좇아 글을 적어 나간 흔적이 문장 전체에 남아 서그럭거리기도 하고 거칠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퇴고에 할애한 듯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의 단초들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이 책의 역할은 다 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은 우리 모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몸부림 치던 시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생은 어떻게 죽느냐는 문제가 더 큰 난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은퇴후 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져 버릴 미래에 노인빈곤과 건강악화, 자존감을 지킬수 없는 생의 마지막 등...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예전에 일독을 한번 했었던 책인데 얼마전 운동하러 갔다가 그 곳 책상에 놓여져 있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어 다시 찾아 읽게 된 책이다.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Grau ist alle Theorie,

Und grun des Lebens goldner Baum.

-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파우스트 Faust>

 

독일 유학을 통해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그가 서두에 독일 작가의 말을 인용해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한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터...

국회의원, 장관, 정당대표, 재단 이사장 그리고 작가... 다양한 이력을 지닌 한 인간이 펼쳐내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의 이름값이 책을 골라잡게 한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그는 열정이 있는 삶을 원했다. 그것이 무엇이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조금씩 의식해 가는 중년이 되면,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하게 마련이다.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인생의 보람을 삼을 것인지... 삶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볼때 후회하지 않을 삶은 어떤 모습일지...

유시민의 생각을 따라 내 생각도 같이 흘러가며 사색의 시간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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