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고사성어가 있지요.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직접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낫다는 뜻으로,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서 항상 통하는 진리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영어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더군요.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
그림 하나가 수천 단어를 표현한다니...
초창기 유튜브가 처음 세상에 출현했을 때,
세상이 유튜브를 통해 재편성될 줄 미리 예측했던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아주 초창기부터 유튜브를 하면서 서서히 지명도를 키워나가
제법 잘 나가는 유튜버도 있고,
어느 순간 반짝하며 빛을 발해 벼락출세한 유튜버도 있지요.
유투버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소문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자 하는
일반소시민들까지 너나 없이 유튜브로 몰리게 하고는 있지만,
진입장벽은 거의 없다시피 낮지만 시장 속은 이미 레드오션을 넘어
시뻘건 출혈경쟁이 난무한 난장판이 된 지 오래지요.
한때는 기본 자금 없이도 신선한 아이디어만으로 어설프게 제작된 동영상들이
공전의 인기를 누리며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자본가들이 그런 노다지 시장을 가만 놔둘리가 만무하지요.
엄청난 자본금과 이미 획득되어 있는 지명도 있는 인물들을 영입하여
팀으로 꾸려지는 유튜브 영상제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또 대중들은 늘 그렇듯 쉽게 더 좋은 영상미를 즐기기 위해 갈아탑니다.
자본력이 없는 개인 유튜버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더욱더 극단적인 영상을 찍어내는 수 밖에는 없지요.
저희 집만 해도 TV가 켜져 있는 시간 동안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지상파 혹은 종편 방송이 아닙니다.
대부분, 유튜브 동영상이 스마트TV를 통해 재생되고 있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주제 관련 영상들이
끊임없이 검색되어 올라오니,
본방사수하며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 되어 버렸죠.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싸이트의 무서운 점 중의 하나는
AI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시스템입니다.
가뜩이나 편향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인터넷 환경에서,
확증편향을 심화시키는 이러한 추천영상들을
별다른 생각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들만의 리그에 과몰입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지요.
세상은 온갖 색깔이 총천연색으로 섞여 있건만,
AI 알고리즘에 의해 특정색깔만을 보여주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보여주는 영상들의 내용들이 꼭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개인이건 그룹이건 모두 어떤 주제로 영상을 제작할 때
반드시 팩트체크를 제대로 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영상제작당시에는 팩트였을지라도
이후에 문제가 생길 소지는 항상 있는 거니까요.
잠깐 웃고 떠들고 마는 일회성 오락꺼리들이야
그저 웃으며 소비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유튜브에는 정보성 영상들이 대다수이건만
그 정보들의 근거는 빈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류 가능성이 다분한 추측성 기사를 근거로 했다거나
무슨 베짱인지 뇌피셜 빵빵하게 돌린 억지주장을
유튜버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펼쳐대는 영상들도 부지기수이지요.
저도 재미있게 여러 번 봤던 모 유튜버의 영상들은
최근에는 타인 혹은 반대진영을 무조건 비난일색하며
때론 저급한 언어사용(듣는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낄거라고 생각하나봅니다...)과
불확실한 미디어 뉴스의 기사를 언급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미디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왜곡된 소문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극적으로 영상제작을 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로 거짓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유튜버들도 적지 않지요.
이런 억지주장을 근거로
또 다른 억지주장을 펼치는 정치인들마저 등장해서
때론 아연실색하게 합니다.
권력자 주변에는 알랑거리는 간신배들이 득시글거린다지만,
자기편만 들어주는 심하게 편향된 유튜버들의
뇌피셜 아첨영상을 보고 정치를 한다니요...
이렇게 오염된 유튜브 환경에서 올바른 정보를 취득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며 산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혹자는 이런 시대환경을 빗대어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지나
포스트 트루스시대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숨겨진 보물을 찾듯,
온갖 거짓정보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오염된 호수 속에서
진실찾기 게임을 펼쳐야 하는 시대라는 거지요.
이 역시나 슬픈 현실입니다.
정말 인간들만큼 자연생태계 혹은 인위적인 세상마저도
이렇게까지 더럽히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작은 희망의 씨앗이라도 소중히 간직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겠지요.
실제로,
비 양심적인 유튜버들은
하나 둘씩 자체정화로 걸러내기도 하고 있지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누가 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정답이 아직 밝혀져 있지 않지요.
모든 시험이 다 끝나고나면 공개되는 정답처럼,
우리 모두는 그 정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중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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