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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쉼'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은은하게 밀려드는 감동의 파장.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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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이 책은 수차례의 시도끝에 드디어 마지막장을 넘기게 된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워낙 주변에서 호평들을 했었고, 자신의 베스트북이라고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몇 차례나 독파를 시도했다가 중도포기하곤 했었지요. 그래서인지, 제가 <월든>이란 책에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 또한 꽤나 굳건하면서도 허상같은 거였었지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도 3가지나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최근판이 제일 읽어내기는 수월했던거 같네요.

<월든>을 통해 얻은 통찰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제게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이 '삶을 바라보는 눈은 애정을 가지고 자세하게 보는 노력을 해야한다.'였던거 같아요. 다른말로 하자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거죠.

 

 

월든 호수 가을 풍경

 

 

책 전반을 통해 기술되는 월든 호수가 조그만 집에서의 소박한 삶은 말그대로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습니다.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가계부(?)와 함께 우리 삶이 얼마나 그닥 필요치 않은 악세사리같은 것들에 얽매여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해줍니다.

물론 '무소유'와 같은 그런 삶을 머리속에서야 한번쯤 꿈꿔 볼만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막상 그런 삶을 산다는게 현실의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런지... 시대나 가치관이 변한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삶을 스스로 원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구요.

본능속에 아로새겨진 자연과의 친화본능을 짓밟으며, 우리세계는 너무 많이 반자연주의적이고 물질만능주의적인 삶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저조차도 제 주변의 문명기기없이 명상적인 삶을 살라고 강요한다면, 또 다른 감옥생활과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고요속에 침잠하고 명상적인 순간을 갖는게 힘들다는 얘기겠죠. 그런 삶과는 한참 떨어진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거구요...

 



 
 
 

 

 

특히나, 요즘엔 숏폼에 빠진 채 몇 시간은 훌딱 소모해버리면서도 단 10분의 차분한 고요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반성되기도 하더군요.

그나마,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도 책을 읽는 순간에 스쳐지나는 단상이어서 책없이는 진득하게 생각하는 법마저 잊어버린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수많은 짜투리 잉여의 시간들을 현대문명의 이기들에게 빼앗김 당하고 난뒤, 피동적인 시간의 흐름에 올라타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중한 삶의 시간들을 소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우리주변에는 너무도 손쉽게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유흥거리들이 넘쳐나는 것이겠지요. 넘쳐나는 먹거리들과 함께 말이죠.

자제하지 못하고 섭취한 칼로리로 비만해진 몸뚱이를 만지작거리며, 오늘도 '다욧트는 내일부터 해야지~'하며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봅니다. 아무리 맛난 걸로 배를 불려도 재미난 볼거리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도,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정신의 허기짐은 기어이 <월든>을 독파하게 했네요.

 

 

 

 

좋은 문장을 복기하려고 펴 놓았던 메모장에는 몇 문장 밖에 써 놓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도 그럴것이 책 전반에 스며들어있는 고귀한 정수가 몇마디 문장으로 추출될수도 없거니와 그럴싸한 심금을 울리는 문장을 복기하다가는 차라리 책 전체를 복기하는 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대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이라는 <월든>은 미국대학생들은 누구나 읽게되는 교양도서라고 하지요. 법정스님이 사랑하고 마하트마 간디가 감명받은 책이라고 하는데, 저는 꽤나 어렵게 어렵게 읽어낸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저자의 박식함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혜안만큼은 인상적으로 느낄수 있었죠. 이 책이 지니고 있는 어마무시한 명성때문에 지레 겁을 먹었던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이 책은 굳이 그런부담을 껴안으면서 읽을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무슨 거창한 '메타포'가 있는지 행간을 들여다보고 고민할 필요없이, 그저 작가가 기술한대로 월든 호숫가를 산책하듯이 혹은 작가와 함께 숲속 생활을 하는 듯이 간접체험을 즐기면 될것 같다는 소감도 듭니다. 마지막책장을 덮고서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차분하게 즐기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테디셀러로 살아남은 이유와 수 많은 사람이 넘버원 책이라는 추천을 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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