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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홋카이도 여행. 북해도. 일본여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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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유황온천 노보리 벳츠

 

몇 년 전만해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에 '일본에서 한달살기'가 있었답니다. 홋카이도를 다녀온 뒤로 일본에 대한 느낌이 너무 좋아져서였죠. 비싼 일본 물가를 감안하여 여행경비도 좀 모으고, 조금이나마 불편을 덜어버려고 일본어도 공부하기 시작했었죠.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를 독어로 배운지라, 일본어를 처음부터 새로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더군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왜 그 먼 나라의 언어를 강제로 배우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럴 땐 참 속상하더라구요.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워 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구요..

독학으로 낑낑대다 힘들어서 학원을 다녀볼까 했지만 지방소도시라 그런지 신뢰가 가는 일본어 어학원을 찾기 힘들더라구요.

 

시코츠 호수 주변 상가와 주변 경치... 관광객들이 없어서인지 왠지 썰렁한...

 

최근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두 나라 사이의 왕래가 불편해지면서, 자연스레 공부의욕이 스러지더군요... 분위기에 일희일비하는 팔랑귀의 소유자는 잠시 '일본에서 한달살기'를 한 쪽으로 치워 놓고 있습니다.

선량한 국민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고자 해도, 권력자들은 한시도 그런 꼴을 두고 보지 못하나 봅니다. 하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치고 받고 맨날 쌈박질이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의 추억쌓기를 기대하며 계획을 짜는 순간들은 어쩌면 여행 그 자체보다도 더 설레고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웃나라 일본 어쩌구 저쩌구 할 때도 있었는데... 참...

하여간 일본은 이웃처럼 자주 왕래를 하던 나라임에는 틀림없네요. 인터넷에는 온갖 여행정보가 흘러넘치고 있어, 계획을 짜기에는 충분히 많은 정보와 팁들이 있었으니까요.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들기다 보니, 북해도 여행은 4인 가족일 경우 그냥 패키지로 다니는 것도 가격대비 괜챦을 거 같더군요.

박리다매까지는 아니더라도, 패키지 상품의 가격을 보니 차 렌트하고 숙소비용 등을 얼추 계산해봐도 가성비가 꽤 괜챦더라구요.

 

 

그렇게 떠난 홋카이도 패키지 여행은 지방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홋카이도로 이동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지요. 새벽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전날부터 올라와 인천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 머물었는데... 오피스텔을 개조한 이 곳은 참 한숨 나오는 관리상태였었죠...

 

 

다음날 3시간 넘는 짐 검색과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니, 허리가 다 뻐근할 지경입니다.  방학 때도 아닌데, 왠 사람들이 그리도 많이 해외로 나가는지....  가족이 한꺼번에 앉아 있을 자리조차 찾기 힘들더군요.

그렇게 호황이었던 항공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으니 참... 세상일 내일을 모릅니다.

코로나가 마무리되고, 해외여행 떠나는 인파로 북적댈 공항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이웃나라 일본은 역시 가깝긴 하더군요... 영화 한편 보고 나니 도착을 알리는 안내멘트가 나옵니다.

그렇게 도착한 홋카이도 치토세 공항... 입국 심사때는 지문날인을 합니다. 몇 해전 도쿄방문때는 없던 절차인데...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더군요.

 

이번 패키지 여행은 19명으로 구성된 주로 가족 위주의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대여된 버스는 54인승이어서 여행객들 대부분이 창가에 앉아서 창밖 경치를 구경하면서 이동할수 있었죠...

홋카이도 하면 생각나는 눈 쌓인 풍경이 왠일인지 공항을 떠나 도심을 빠져 나갈때까지도 보이지 않았어요.

가이드 왈 "앞으로 몇 일간은 지겨울정도로 보실꺼니까요, 지금 안 보인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하며 요 몇 일간만 이상기온으로 푸근해서 눈이 녹았을 뿐, 곧 예전 기온을 회복한다는 기상청 예보를 알려주네요.

 

홋카이도에서의 첫 관광지는 '시코츠 호수'였지요.

 

 

신 치토세 공항에서 약 50여분 차로 이동하면, 드 넓은 호수가 펼쳐지는데 이 곳이 바로 시코츠 호수이지요.

수심이 360 미터가 넘는 이 호수는 비수기였는지 사람들이 없어 꽤 휑하더군요.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져버린 호수의 겨울 풍경이 꽤나 스산한데다, 차가운 바람이 쉴새 없이 불어대서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객들은 쓰윽 훓어보고는 차로 돌아가버립니다.

 

시코츠 호수

 

어디나 엇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일본 호수에는 모두 한 두개씩의 전설이 있다고 하더군요.

호수 건너 저 멀리 눈을 이고 있는 산의 설경과 애머럴드 빛 호수의 물 색깔이 눈을 시원스레 트여줍니다.

시코츠 호수의 둘레만도 마라톤 코스 정도의 길이라고 하니 그 크기가 가늠이 되시나요...

 

4만여 년 전, 분화로 형성된 칼데라 호수라고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불멍'처럼 물멍하기 아주 좋더라구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청량한 호수물로 씻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호수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호수 주변가에서 물속을 들여다보면 저 아래 바닥까지 훤히 보입니다...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더니, 보이는 물 속 어디에도 작은 피래미 한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꽁꽁얼어붙은 몸을 부르르 떨며 2시간 정도 떨어진 숙소로 이동을 하기 위해 전세버스에 올랐죠.  패키지 여행객들 모두 정말 조용한 분들만 모였는지 버스안 분위기는 평안합니다.

 

눈이 보고 싶어 선택한 홋카이도 여행...

깊은 산 속으로 구불구불 접어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시야에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몇 일 푸근한 날씨 탓이었는지, 이 곳에 있는 눈들도 제법 많이 녹아 있습니다. 그거라도 좋다고, 아이들은 눈 구경에 신이 나 있습니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키타유자와 온천호텔은 말 그대로 오래 전 광고문구였던 '때론 휴대폰을 꺼 놓으셔도 좋을만큼' 평화롭고 조용한 휴양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살다보니, 일년 내내 눈 구경을 한 두번 할까말까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눈 가지고 실컷 놀고 싶었나봅니다.

 

이미 감성이 무뎌져 버린 어른들은 눈 오면 차 막히고 고생할 걱정부터 하지만, 어린 시절 눈 오던 날의 추억은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빠미소가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마치 오로라 처럼 보이는 흩날리는 눈발.

 

호텔 뒤편으로 초록색 조명이 비춰지는 숲 위로 눈발이 흩날립니다. 조명탓에 눈 내리는 모습조차 신비로워 보입니다...

드디어 눈의 도시 홋카이도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네요...

노천 온천에 가서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사방으로 춤을 추며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는 기분은 끝내줍니다... 사실 해보기 전까지는, 그 추운데 어찌 노천욕탕을 이용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따뜻한 온천욕을 하고 있자니, 추위는 거의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참 행복한 순간이었죠. 다시 한번, 그 고즈넉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군요...^^

 

 

아침에 눈을 떠보니 밤새 내린 눈들이 세상천지를 온통 하얗게 뒤 덮어 버렸네요. 어제 꾸불꾸불 올라왔던 산길이 문득 생각납니다. 차량들은 그 길을 무사히 운행할 수 있을까?... 참 낭만없지요?^^

그렇게 현실적인 걱정을 하고 있는 재미없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원 없이 소원풀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식사까지 설렁설렁 대충 떼우고는 눈 놀이 하느라 정신없었지요.

정성들여 눈 사람도 만들고, 나뭇가지와 낙엽으로 각종 데코까지 하면서 호텔을 떠나기 직전까지 눈 밭을 헤메며 놀고 다녔답니다.

 

 

정말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도 해보구요...

이심전심... 금새 동행들에게 번져가는 동심의 세계는 여기 저기를 눈싸움터로 만들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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