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병모씨가 그려낸 성인 판타지 소설입니다.
구병모라는 이름에서 스테레오타입을 인지하여
소설의 문체 내내 남성적인 느낌이면서도
여성적인 디테일이 되게 독특하게 느껴진다 싶었죠.
김훈 작가가 딱딱 짧게 끊어지는 단문으로 임팩트 있게 묘사한다면,
구병모 작가는 지나치다싶으리만큼 기~일게 문장을 서술하면서
세세하게 묘사하는 편이었지요.
얼마나 많은 퇴고를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긴 문장들이 신기하리만큼 술술 읽히긴 합니다.
포스팅을 하려고 검색하다가 깜놀했네요...
구병모 작가는 여성분이었거든요.
그제서야 개인적으로 그렇게도 섬세하게 느껴졌던 묘사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남성 작가와 여성작가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남녀의 생리적차이만큼이나 현저히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소설을 읽는 내내, 아무리 작가적 감성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현란한 묘사실력을 질투하곤 했기 때문이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착각하고서는 책을 읽는 내내
남성작가의 감수성이 어쩜 이리 섬세하고 뛰어날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으니...
착각은 정말 자유죠...
소설 속의 배경에 대한 묘사는
어느것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고 하죠.
김훈 작가는 짧게 끊어쓰는 문장으로도
쉬지 않고 무언가에 대한 묘사를 써 나가죠.
쌓이고 쌓이면서 어떤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하구요.
구병모 작가는 그런 면에서 배경에 대한 묘사는
정말 간결하거나 없는 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상황에 대한 묘사는 얼마나 디테일한지
마치 그 장소에서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필사해보면 표현력이 부쩍 부쩍 늘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볼려고 생각중입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추려내면
몇 문장안에 다 담아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성인환타지를 섞어 맛을 내고,
전후관계를 적절히 교차해서 배치하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흉내를 내 볼수는 있겠으나
문장 구석구석에 스며든 작가적 감성과 디테일한 묘사까지는
차마 쫓아가질 못할 거 같더군요.
거기에,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이
참 역력하게 드러나는 여러 요소들까지 눈에 띄더군요.
구병모는 필명이고 본명은 정유경으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2008년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로 대상을 받아 데뷔한 작가이군요.
데뷔 이후 매년 1~2권의 소설을 발간하고 있는데,
<아가미>는 2010년 작품으로 데뷔 다음 작품이었네요.
시니컬하면서도 몽환적인 필체가 매력적인 구병모 작가...
시간나는데로 한 권씩 읽어나갈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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