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너무 늦은 시간에 노르웨이 횡단 기차를 타고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넘어오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북유럽의 백야때문에 약간 잠을 설친 까닭도 있었던지 아침에 일어나는 게 쉽진 않더군요... 세면, 아침 식사 등을 아이들 챙겨가며 정신 없이 해치우고, 배 출발시간에 임박해 허겁지겁 베르겐 항구를 두리번 거리면서 유람선을 찾아 헤멨답니다...
낯선 곳, 낯선 절차... 그리고 처음보는 사람들과 처음 해보는 모든 것들에 나도 모르게 아드레날린은 만땅으로 끌어 올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잔뜩 긴장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던 덕인지 무난히 승선까지 하고 나니 마음이 탁 놓이더군요...
뒤 늦게 부랴부랴 들어오는 마지막 손님을 태운 뒤, 유람선은 부드럽게 미끄러져 항구를 빠져 나갑니다....베르겐 항구에는 꽤 많은 수의 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정박해 있었고, 해안을 빙둘러 독특하고 예쁜 건물들이 눈길을 끌었지요. 이 곳은 관리가 철저해서인지 항구만의 특유한 비린내가 나지 않았습니다...
잠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유람선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해서는 2시간 여를 내리 자다가 일어나더군요... 유람선의 처음 코스엔 나즈막한 산들과 그저 그랬던 주위경관들이 애들 눈에 멋져 보일리가 없지요.
하지만, 서서히 피요르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록 점점 장관으로 변해가는 풍광은 마치 찬물에서 서서히 끓는 물로 변해가는 과정처럼 여행자의 마음을 은근히 자극합니다.... 산들의 키가 부쩍 부쩍 자라나고, 그 산 속에서 피요르드로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폭포수들의 길이도 점점 더 늘어납니다.
날씨만 쾌청했다면 훨씬 아름다웠을 것 같은데, 잔뜩 성난 구름들이 곧장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했지요.
잠시 유람선 밖으로 나가 봤는데,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아님 원래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차가운 바람이 2~3분을 견디기 힘들게 세차게 불어대더군요... 답답한 선실안에서 뿌연 안개낀 창문을 통해 보는 경치감상과는 사뭇 달라서, 밖에 있어보려 했지만... 바람이 세도 너무 세더군요...ㅠㅠ
쉴새 없이 바람에 몸부림치는 노르웨이 국기가 바람의 세기를 잘 보여줍니다. 깃발 찢어지는 줄...^^
잠에서 깬 아이들도 밖으로 구경나왔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들어갑니다. ㅎㅎ...
구글로 검색하다 피요르드내에 숙소가 있어서 멋진 경관속에 하룻밤을 보낼까 했었는데, 아쉽게도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하질 못했었죠. 나중에 그곳에 숙박했던 분의 포스팅을 보니,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됐을 것 같긴하더군요...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노르웨이 시골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띄엄 띄엄 떨어져 지어져 있었는데, 이 곳만은 유독 모여서 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피요르드 지역 사람들의 교통수단은 아마도 피요르드를 운행하는 여러 선박들인 듯 했어요. 군데 군데 작은 마을에 정박할때마다, 배에서 사람들이 생활용품인듯 한 물건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피요르드 안 쪽으로 들어갈수록 눈에 띄게 산세가 깊어지고 그 푸르름도 더해갑니다.
서서히 변해가는 주변 경관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훌쩍 커 버린 산들의 모습이 꽤나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지나가며 교차하는 유람선의 승객들과 반가운 손인사를 나누며 서로서로 교감하며 지나갑니다..... 이 좋은 경치 속에 누군들 황홀한 기분이 아닐까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피요르드 관광코스는 대략 4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 중 송네피요르드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던데, 코스가 긴 만큼 여행 일정도 좀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하지요. 게다가, 동절기에는 일부 구간이 폐쇄되기도 하는 것 같았죠. 자세한 사항을 인터넷 검색만으로 충분히 알아내긴 힘들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여행에 관한 정보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부족한 언어실력으로 전화문의를 할 수 없고... 가이드 없이 준비하다보니, 나름 여러가지 경로로 알아보고 때로 문자로 소통했다싶어도 몇프로 부족한 듯한 느낌이 늘 들더라구요...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현장에서 부딪혀 해결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가끔은 식겁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백프로 시원하게 의사소통되는 모국어와는 타국의 언어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요....^^
플람 이란 작은 마을에서 우리 가족의 피요르드 유람선 여행은 끝나고, 이곳에서부터는 다시 열차여행으로 바꿔집니다.
기차역 바로 옆에는 플람철도박물관이 있었는데, 잠시 시간을 떼우는 정도?로 기차시간까지 기다립니다...그러고도 다음 기차편까지 대략 한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어 요기를 할까 식당을 찾았는데 관광객들이 많은 탓에 자리를 찾기가 힘들고 메뉴들도 도통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더군요.
차라리 기차역 옆에 마련된 관광용 전동기차를 타기로 하였죠. 주변 산세를 즐기며 강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쭈욱 도는 코스로 구경을 시켜주는 기차였어요... 짧은 드라이브 내내 알아들을수 없는 노르웨이 말이 흘러나왔어요.
맑은 공기와 스쳐가는 깨끗한 바람~~ 끝내주게 깨끗한 강물의 애머럴드 빛깔.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제목이 왜 하고 많은 나라중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 마을에서 스테가스타인 전망대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우린 가족은 시간관계상 패쓰. 투어티켓 비용이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망대에서 보는 피요르드의 경관은 기막힌 절경이라고 하던데요.... 유럽 여행은 어디나 가 볼곳은 너무 많고 주어진 시간은 너무 적어서 갈등의 연속이죠....^^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홋카이도 여행. 북해도. 일본여행.2 (10) | 2021.01.06 |
---|---|
홋카이도 여행. 북해도. 일본여행.1 (13) | 2021.01.04 |
스웨덴 스톡홀름. 시티투어.랜선여행. (29) | 2020.12.20 |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68) | 2020.12.11 |
영국 북부 레이크 디스트릭트. Lake District. (43) | 2020.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