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나다보면, 도로변으로 우회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수 개월째 공사중인데, 아직도 개통을 하지 않았어요.
도데체 공사를 진행하긴 하는 건지, 몇 날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것 같더라구요...
그러더니, 드뎌 몇 일전에 포장공사가 끝나고 도로표지가 그려지더군요.
아직도 개통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포장이 끝나가는 도로주변으로 가 보았습니다.
꼬불 꼬불 산길과 연결되는 울퉁불퉁 오래된 포장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바뀌었던 걸까요?
못 보던 사이에 인간의 힘은 얕은 산을 깎아내고 작은 하천을 메워서 새로운 길을 내어 놓았습니다.
예전에도 궁금해 한번 들러봤을 때만 해도, 별 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죠...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느라 그간 도로포장공사가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보였나봅니다.
자기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지요. 제가 보지 못했을 뿐이구요...
수 년을 살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아파트 주변의 샛길로 접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몇 몇 집들은 폐허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 외에도 수 십채의 집들이 띄엄띄엄 지어져 있는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자들이더군요...
산비탈을 따라 만들어진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기도원이라 쓰인 건물이 나옵니다. 말이 기도원이지 조금 큰 단층 가옥인데 자가용만 한대 주차되어 있고 인기척은 없읍니다.
건너편의 개장에는 엄청 큰 개들이 갇혀 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을씨년스럽기도하고, 인기척이 너무 없어 약간 무섭기도 하네요...
어떤 집은 마치 스릴러 영화 속에 나오는 폐가처럼 보입니다. 이미지 메이킹은 정말 무섭습니다.
예전 시골농가의 모습은 평화롭고 그리운 고향의 이미지였는데 말이죠...
이젠 시골 뿐 아니라 도심내에서도 구 도시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꽤나 진행이 된 것 같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들중 일부는 주차공간이 텅 비어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빠져나간 곳도 있으니까요...
왠지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아님 그렇게 카메라렌즈를 들이대는 게 어울리지 않을 듯 해서 오래된 골목이나 집들 사진은 찍지를 않았습니다.
대신, 한 블록 내려와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각종 생명체들에게 관심을 투영했지요. ^^
평소에는 관심을 1도 두지 않았던 것들 말이죠...
어느 세월엔가 태풍으로 인해 부러졌을까요?... 시커멓게 말라 죽어있는 나무 주위로 온갖 식물들이 뒤엉켜 있네요. 이 지역은 정말 오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거 같네요.
여기저기 말라비틀어진 잡초들의 모습들이 애잔합니다. 지구상 어디 구석에서도 이처럼 버려지고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사는 인간들이 존재하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제법 무겁네요...
어쩌다 한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빠져든 사람들도 있겠지요.
믿기 어려울정도로 얇은 줄기에 기대어 바짝 마른 벽을 타고 자라는 덩쿨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저런 강인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왕조실록. 朝鮮王朝實錄 (40) | 2020.11.21 |
---|---|
Autumn landscape of Seon-am Temple (11) | 2020.11.19 |
[단상] 거리두기 (34) | 2020.11.18 |
[단상] 밤 산책길에서. (22) | 2020.11.17 |
[속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인수. 국적항공사 탄생. 산업은행. (27) | 202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