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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자랑스러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대표작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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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접했을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노벨문학상과는 거리가 멀거라는 문화후진국 컴플렉스였는지도 모르겠네요. K-컬쳐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시대에 뭔 덜 떨어진 열등감인지...^^... 시인 고은씨는 수차례 수상가능성이 점쳐졌음에도 개인적인 문제로 이젠 더 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의 생각지도 못한 수상이기에 한국인으로써 뿌듯함이 여간 아니었어요. 한강작가의 수상에 대해 일부의 정파적인 논란과 폄하논란이 있긴하지만 제 눈엔 어그로를 끌려는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구요, 남의 나라 대사관앞에 몰려가서 부리는 추태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었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한강 작가의 책을 손에 넣기까지는 꽤 많은 나날을 보내야했죠. 그도그럴것이 저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테니까요. 도착한 책들 중 가장 먼저 읽은 건 <소년이 온다>였습니다.

그닥 두껍지 않은 소설이지만, 읽어나가기 참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동일사건에 관한 기억과 트라우마들로 숨고르기 바빴으니까요. 아울러 억지로 눌러왔던 분노와 두려움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방향을 잃고 휘몰아쳐 읽는 내내 몸살을 해야하기도 했죠. 한국처럼 영화나 소설로 역사를 이해하는 나라도 흔치 않을겁니다. 물론 역사란게 승자의 관점에서 기술되는 편향성이 있다는 점은 어쩔수 없긴하지만,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은 보다 진실에 근접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은 저버릴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기대감마저 흐트러뜨려지는 요즘입니다만...

 

 

폭력은 누구에게나 공포스럽습니다. 당당히 맞서 싸울 힘과 용기가 없는 상황에서 가해지는 폭력은 그것이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대단히 파괴적이고 공격적입니다. 그 희생자들은 꽤나 오랜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하고 때론 회복되지 못하고 무너질수도 있습니다. 그건 개인이건 집단이건 혹은 국가일망정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국가들의 역사를 간단히 돌이켜보면, 어느 나라하나 상처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집단들도 마찬가지구요.

거창하게 담론을 얘기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주장들이 옳고그름을 판별하기 힘들게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올것 또한 충분히 예상되는 바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역사가 폭력으로 물들어 있고 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할지라도 그런 폭력이 용인되고 당연시 되는일은 없어야합니다. 그렇지않다면 지성을 지닌 인간임을 포기하는, 바로 순수한 야생동물이 되는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역사에는 그런 동물세계와 진배없는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문재학 열사의 마지막 모습. 출처 : 한겨레

 

불운했던 근현대사의 여정만큼 한국사회내에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직장폭력이 참으로 많았고 그 와중에 찢기도 부서진 영혼들의 소리없는 절규들도 헤아릴수 없을겁니다. 이 모든 불합리한 폭력보다도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이 국가권력에 의한 무도한 폭력이 아닐까싶네요.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것처럼,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주리라 믿었던 자국 군인들에 의한 폭력이라니... 위화도 회군을 감행하여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후예답게 불과 수십년전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사적으로 전용하여 쿠테타를 일으키는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법적으로 강탈한 권력으로 언론을 통제하며 세상을 쥐고 흔들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힘있는 자들에게 빌붙어 '알아서 기는' 종자들의 종횡무진 활약이 때론 더 악랄하고 비열했지요. 침묵하는 다수의 무관심을 토양으로 설쳐대는 야만의 시대를 견뎌내는 일은 그 시간을 지나온 세대들에겐 또다른 유형의 트라우마를 주었을겁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나서지말고 세태에 순응하는 것이 세상살아가는 방법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을겁니다.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하겠지만, 어느덧 세인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파병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북한군의 개입을 빌미로 대응차원이라고는 하지만, 떨어지는 지지율에 대한 권력자들의 오판이 자칫 또다른 비극을 자초하는건 아닐까 두려운 요즘입니다.

공수부대원들의 무자비하고도 무차별적인 폭력을 목도했던 그 시간들의 숨겨진 공포를 스멀스멀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너무도 심란하게 하는 나날입니다. 서진의 2대 황제였던 혜제 사마충이 "쌀이 없으면 고기죽을 먹으면 되지 않는가?(何不食肉糜)"라고 했다는 말처럼, 국가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언급했더니 관심이 별로 없더군요. 6.25 전쟁세대가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리듯 7,80년대 민주화세대들은 국가폭력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약점들을 쥐고 흔드는 못된 정치인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와 안위는 차치해두고 자신들의 표만 계산하는 정치인들 또한 모조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 행운은 우리나라에 주어지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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