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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김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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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동네. 예스 24>. 2019년 재출간

 

훈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등 여러 언론사에서 근무하였다. 2004년 이래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재직당시 3년 동안 매주 연재한 ‘문학기행’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를 선보였고,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을 시작으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애마였던 작가의 자전거(풍륜,風輪)로 전국의 산천을 여행하며 쓴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은 생태, 지리, 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풍륜을 퇴역시키고 고가(高價)의 새 자전거를 장만하면서

“이 책을 팔아 자전거 값 월부를 갚아야 한다.”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전 2권으로 엮어진 이 책은 전문 사진작가 이강빈이 내내 동행하여, 자전거여행을 따라 하고픈 충동이 유발되는 멋진 풍경과 장면들을 감각적으로 잡아내 책 속에 같이 실었다. 산, 강과 바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 그리고 우리네 삶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다.

                        <출처 : unplash.com/@worldsbetweenlines>. Patrick Hendry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처럼 세밀한 묘사는 우리가 흔히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에게 생동감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글을 빚어내고서 서문에 이렇게 써놓았다. “김훈은 겨우 쓴다.”

그의 글은 개인적으로는 <칼의 노래>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접했었는데, 공식적인 평가와는 다른 각도에서 역사적 인물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둔 고아한 문체를 접하고는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김훈이 쏟아내는 말들은 거창한 담론들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나, 댐 공사로 한평생 살아왔던 고향에서 내몰리는 노인들이 느끼는 ‘밥벌이의 지겨움’이기도 하고, 때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 타자에게 투영한 모습이기도 하다.

                                    <출처 : unsplash.com/@rmartain_>. Rachel Martin

최고의 문장가라는 평가답게 그의 글맵시는 상당히 은유적이다. 사람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꽃과 나무를 비롯한 온갖 생명체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과 흔쾌히 부대끼며 약간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광어와 도다리 구별법’ 같은 자투리 정보들과 마주쳤던 사람들의 애환을 책 속에 비벼 넣을 수 있었다.

문장들의 속내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책 읽는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김훈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며 한 자 한 자 쓰고 지우고 한 흔적들 때문일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서 온몸으로 땅을 밀고 다니는 느낌 이 곧 원고지의 빈 칸을 연필로 채워나가는 그 느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출처 : unsplash.com/@dylu>. Jacek Dylag. Michalowice, Poland

<자전거여행 1권>의 초반부는 특히나 베껴 써보고 싶은 매력적인 문장들이 많다. 그의 글은 정서의 세계를 배제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미사여구 없이 기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관찰력과 남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아는 탁월함 등이 문장으로부터 배어나오면 한 문장 짜내기도 버거워하는 글쓰기 초보에겐 하릴없이 질투심이 일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던 김훈의 말처럼 자전거를 타며 담았던 우리 산하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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