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그 전까지는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가던 게이고는
<방과 후>
이 작품으로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릅니다.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여고생 특유의 섬세한... 그러면서도 예리한 감정선을 탁월하게 묘사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학원 미스터리의 걸작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소설류를 잘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편식이 좀 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흔히 말하는 상업성 소설들에 빠져들었다고 해야하나? ^^...
하긴 상업성 소설이나 문학소설이라는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또 그들 세계에서는 나름의 프라이드 같은 게 있겠지요.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이 대중음악 하시는 분들과 결이 다르듯 말이죠.
추리소설을 제대로 읽어 본 건 아마 이 번이 처음인 듯 하네요...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얽혀 있는 스토리를 나름 해결해보려고 궁리해보기도 했는데
별로 소용이 없더군요.
어짜피 범인은 주어진 인물 중에서도, 의외의 인물일거라는 추측이 기본이긴 하지만...
작가가 추리소설을 써 내려가는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보는 재미가 있네요.
다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들켜버린 사람의 순수성...
그 순수하던 시절을 벗어나면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죽고 싶어할 정도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그 이해하기 힘든 지점을 잡아내어 추리소설의 단초를 삼았더군요.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긴 두 여학생들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남편을 살해하려는 아내...
모두 겉 모습으로는 친절한 아내와 선생님을 은근히 좋아하는 듯한 여학생 제자로서의
페르소나 가면을 쓰고 시종일관 내용을 끌고 나가죠.
정말 마지막까지도 결말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툭 던지는 결말은 자못 살벌합니다.
관음증과 무언의 폭력...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선택...
그런 개연성들이 게이고 소설의 추리과정을 빛나게 하는것 같더군요.
데뷔작이자 추리소설인 <방과후>는
자투리라 느껴지는 문장이 거의 없다고 느껴지며,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 또한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되더군요.
대단한 필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번역상의 이유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추리 소설이어서인지 가슴을 저미는 서정적인 문장이나
무릎을 탁 칠만한 혜안적인 글귀는 드물긴 합니다.
하지만 수월하게 읽히는 문장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스토리를 끌고 가는
문장력 하나만큼은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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